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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로 5길 (1)
 유희주    | 2016·08·29 20:45 | HIT : 850 |
필동로 5길 (1)


접어들면
1970년대 풍의 돌아드는 담장이 있다
십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르르 좁은 골목으로 내 달리다
지붕 위로 뛰어 오른다
경사진 언덕, 양 옆의 집들이 촘촘한 마을
고양이들은 그늘진 기와 밑에서 낮잠을 자다
어둠이 깃들면 사람들이 흘린 사연을 하나 둘
지붕 위로 물어 나른다

걷지 못 하는 늙은 엄마들이 집집마다 있고
애달픈 얼굴로 수발 드는 딸들이 집집마다 있고
컹컹 짖는 남자들이 집집마다 있는
서울의 중심, 충무로 뒤편 길

책상에 앉아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내가
꽤나 길이길이 남을 시를 짓는 줄 알고 늙은 엄마는
계속 먹을 것을 옆에 놓아두신다
하얀 도라지꽃이 허리를 꺽고
집 안 풍경을 들여다 본다

생을 기록하는 인쇄소 필동 골목
인부들의 담배 연기가
종이 위에서 신발을 신고 있다
곧 이 시간도 인쇄되겠다






(시와 산문 가을호,2016)
  
1289   시선  김명철 16·12·02 857
1288   필동로 5길 (2)  유희주 16·08·29 864
  필동로 5길 (1)  유희주 16·08·29 850
1286   경계를 지나다  김진돈 16·08·29 858
1285   수석의 문장․ 5 1  김진돈 16·08·29 760
1284   환상으로 달리다  김진돈 16·08·29 796
1283   나무의 자세  김정수 16·08·22 783
1282   감정의 모양  오영록 16·07·29 791
1281   종이학  오영록 16·07·29 781
1280   구인 유감  정완희 16·07·22 784
1279   주객이 전도되어  이일림 16·07·08 744
1278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명상  이일림 16·07·08 747
1277   미끄러지는 무늬  김효선 16·06·22 731
1276   학습된 무기력  김효선 16·06·22 767
1275   윤슬  김효선 16·06·22 681
1274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방식  김효선 16·06·22 676
1273   동백을 꺾다가  김효선 16·06·22 662
1272   개 축  정완희 16·06·07 733
1271   플루트아저씨와 하프아가씨와 쥐똥나무울타리  김명은 16·06·01 866
1270   사월의 기도  노혜경 16·06·01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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