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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명륜여인숙 - 오민석
 김명은  | 2015·04·02 14:21 | HIT : 2,016 |
그리운 명륜여인숙

                         오민석



잠 안 오는 밤 누워 명륜여인숙을 생각한다 만취의 20대에 당신과 함께 몸을 누이던 곳 플라타너스 이파리 뚝뚝 떨어지는 거리를 겁도 없이 지나 명륜여인숙에 들 때 나는 삭풍의 길을 가고 있음을 몰랐네 사랑도 한때는 욕이었음을 그래서 침을 뱉으며 쉬발,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말했었지 문학이 지고 철학도 잠든 한밤중 명륜여인숙 30촉 흐린 별빛 아래에서 우린 무엇이 되어도 좋았네 루카치와 헤겔과 김종삼이 나란히 잠든 명륜여인숙 혈관 속으로 알코올이 밤새 유랑할 때 뒤척이는 파도 위로 느닷없이 한파가 몰려오곤 했지 새벽 가로등 눈발에 묻혀갈 때 여인숙을 나오면 한 세상을 접은 듯 유숙의 종소리 멀리서 흩어지고 집 아닌 집을 찾아 우리는 다시 떠났지 푸른 정거장에 지금도 함께 서 있는 당신, 그리고 우리 젊은 날의, 그리운 명륜여인숙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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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보이지 않는 이십대 때 여자 혼자 겁도 없이 여인숙에 들기도 했다. 떠돌던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이 딱히 없었고 그 때는 지금처럼 찜질방이 없었다. 방음이 잘 안 된 옆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던가. 새벽에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빠져나온 여인숙. 그 밤 사랑하는 당신과 루카치와 헤겔과 김종삼은 없고 부은 종아리의 혈관만 주물럭거리고 있었던가. 그곳이 목포 유달산 자락이었던가. 대전역과 서대전역 사이었던가. 영흥도 섬에서 보았다. 서울여인숙. 구부러진 서어나무 숲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여인숙에서 하룻밤 자고 싶었다. 쉬발, 당신을 사랑했어요. 과거형의 고백을 독백으로 뱉고 싶다. 이십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고단한 젊음의 낭만을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득 그 젊은 날들이 간절히 그리운 것이다. /김명은

                                       - 경기신문 2015년 04월 0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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