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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으로 남은- 유병록
 김효선  | 2016·03·01 23:16 | HIT : 908 |
무릎이라고 부르자. 무릎이라고. 무릎이라고 부르면 거기 뚝뚝 부러져 주저앉던 한 사람이 있었다고.  무릎은 반질거리느라 마루는 미끄러지고. 모래가 사막을 건너듯이.


무릎으로 남은
유병록



모래가 사막을 건너고 있다
몇번이나 쓰러졌다 일어서는 모래의 무릎이 빛난다


아름다운 무릎이란
한번의 상처로 얻는 게 아니어서
저 모래는 아슬아슬한 생애를 몇번이고 건넜을 것이다
시간에게 수차례 무릎 꿇었을 것이다


구부러진 생애가 무릎으로 남는 법
그걸 무릎의 세습이라 부르자


들판을 질주하는 무릎이었으며
걸음 멈추고 식물의 생을 견디는 무릎이기도 했을
또 한번 생이라는 낭떠러지를 지나는 모래들


쓰러지는데
이번 생에서도 길을 잃는데
다시 흘러가며 서로 어루만진다


나는 상처 많은 무릎을 꿇어안은 채
구부러진 생을 구술하는 모래 속으로 손을 넣는다
무릎으로 남은
지난 여러번의 생애를 헤아려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릎걸음으로
수천수만번째의 나를 건너는 중이다



-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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