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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아름다움 - 허연
 심종록    | 2016·01·21 08:38 | HIT : 1,088 |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찬란한 생의 덧없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지요.  
지금의 폐허는 예전에 여기가 찬란한 곳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요. 허연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발견한 몰락의 아름다움이라는 시 한 편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몰락의 아름다움

                허연


  무너져버린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 고양이들이 짝짓기를 한다. 순식간에 장르가 바뀐다. 에로다. 며칠 전까지 이곳에서 벌어졌던 중장비들의 공포는 이미 잊혔다. 족보 한 장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몰락은 사족 없이도 눈부시다. 내밀한 서사가 창자 밀려 나오듯 밀려 나와 있는 몰락은 눈부시다. 미리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몰락은 눈부시다. 그리고 그 몰락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짝짓기란.

  무거웠던 것들이 모두 누워버린 몰락의 한가운데서 고양이의 배 속에 담겨 날아온 씨앗들도 싹을 틔우리라. 똑바로 서 있던 별들의 모습은 고양이들에게 더 이상 기억되지 않으리라.

  
  
수피아 맛깔스런 작품 감상 잘 하고 갑니다^^

16·01·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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