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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신]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김윤선    | 2011·10·11 13:23 | HIT : 5,094 |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 고양이 자세 (Chakravakasana/Cat stretch)




  나마스떼 _()_
거의 1년여 만에 ‘요가편지’를 씁니다.


그동안 세상에는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 시대적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글쓰기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 시간들이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조금은 특별한 일이 일어났던 지난 1년간이었습니다. 고양이와의 동거, 저는 비건(Vegan) 채식의 생활방식을 선택해 살지만 동물과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친해지고 싶어 나를 스쳐 지나는 녀석들의 따뜻한 체온이 낯설고 두려워 아예 피하거나 다가오면 도망가곤 했답니다.


  그런데, 그랬던 제가 지금은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특정 구역의 길고양이들 밥을 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외출에 대비해서는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배고픈 녀석들을 위해 들고 나가기 좋게 10개 정도의 조그만 비닐 팩에 전용 사료를 담아놔야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어미젖을 미처 떼기도 전에 강원도 양구 깊은 산중에 버려졌던 아기고양이 메르씨(Mercy)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라 짐작해 봅니다. 메르씨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제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은 생후 5~6개월 차 정도였는데 그때도 저는 그 어린 녀석에게까지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촛불 켠 케잌을 보고 좋아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녀석을 보고는 기겁을 해서 비명까지 질러댔으니 메르씨 쪽에서 보면 자기보다 몇 배는 더 큰 사람이 저를 보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겁나고 기가 찼을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와 가까이 지내다보니 녀석의 생태를 늘 지켜보게 되어 이제 어느 덧 고양이 전문가 까진 아니나 녀석의 심리와 몸짓 언어(?)를 이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녀석은 나와 얼음땡(막 달리다가 눈 마주치는 순간 멈추는) 같은 놀이를 좋아하는데 이 글을 쓰느라 안 놀아주니 ‘좀 놀아주지’ 하는 눈빛을 담아 내 주위를 조금 돌다가는 소파 위에 놓인 오래된 가방 속에 들어가 몸을 조그맣게 말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 요가시집 ‘가만히 오래오래’ 중에 요가자세 ‘고양이 자세’에 관한 요가시가 있습니다. 주로 워밍업 중에 척추를 이완하고 풀어주어 척추의 건강과 유연함을 지켜주는 자세인데 참으로 합당한 이름이란 것을 재차 알게 됩니다.  


  고양이는 어둡고 좁은 가방 속이나 동굴 장난감, 작은 방석 위, 통 넓은 바지 속 같은 곳을 좋아하다보니 잠 잘 때보면 척추를 동그랗게 하고 몸을 최대한 작게 하여 잠이 듭니다. 우리 집과 식구들에 완전히 적응한 메르씨는 고양이가 예민하다는 통설이 무색할 정도로 깊이 잠들곤 하는데 녀석이 잠에서 깨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요가자세, 고양이 자세입니다.  


  일단 척추를 최대한 둥글게 위로 들어 올렸다가 숨을 내 쉬면서 척추를 자신이 늘릴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길게 늘이는데 정말이지 척추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길게 늘입니다.


  길고양이들은 말 그대로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입니다. 더위와 추위에 약할 뿐 아니라 타 동물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병에 잘 걸립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닥칠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길 고양이들의 수명은 평균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월. 수. 금 오전 오후로 니콜의 흐름요가 클래스가 있는 꿈마을 요가실 아파트 상가 옆 폐휴지를 모아놓는 공터를 중심으로 길 고양이들이 숨어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 밥 주기가 어느 새 1년 반 정도 지나자 병들어 소리 소문 없이 떠나간 고양이(고양이는 자신의 죽음을 알고 주인이 힘들지 않게 어딘가 숨어서 죽는다고 함)도 있고, 거기 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새로운 얼굴들이 속 속 등장하기도 합니다.


  대개의 길고양이들이 처음부터 길고양이가 아니기에 거의 야생성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아기고양이가 귀여워서, 혹은 자녀들을 위해서, 외로워서 마트에서 사거나 얻어 반려가 아닌 애완의 의미로 고양이를 기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귀찮아지면 집 문을 열어 내 보내거나 휴가지로 향하는 길 산중에 혹은 휴가지에 버리고 온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휴가철, 또는 긴 명절 연휴 때 유난히 버려지는 고양이나 개들이 많아 동물 보호소에 감당이 안 될 정도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꿈마을 요가실 옆 노랑과 아이보리 얼룩무늬 모녀고양이 또한 귀엽고 온순한 얼굴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약한 걸로 보아 집 고양이 출신이라 짐작합니다. 모성이 어찌나 강한지 한창 호기심 많은 아기고양이가 다칠세라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 자신 곁을 떠나는 녀석을 언제 어디서나 주시하고 있는 엄마 고양이를 보곤 합니다.


  지난여름, 유독 길고 습한 장마철 끝에 찾아온 보송보송한 어느 날인가 그 날 아침은 지겹던 더위도 잦아들고 바람이 서늘했습니다. 2층 요가실 창가에서 언제나처럼 아래쪽 녀석들 출 몰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빈 박스가 쌓여있는 맨 위 쪽에 두 모녀가 보이는데 엄마가 아기고양이를 한 발로 감싸 안고 햇빛 바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짠한지 창문 여는 소리에 놀랄까 싶어 숨어서 한 참을 지켜봤습니다.


  곧 겨울이 닥칠 텐데 녀석들이 긴 겨울을 어찌 견뎌낼지 걱정입니다. 그나마 소나 돼지 닭, 오리, 광어로 안 태어나 인간에게 먹히는 숙명에서 벗어나 있는 걸 다행으로 알라고 해야 할지……. 사람 좋아하는 반려고양이 메르씨와 꿈마을 길고양이 이야기로 채워진 오늘 고양이 자세에 얽힌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고양이자세의 지속적인 수련은 척추의 건강을 확실히 지켜줍니다. 들숨 날숨의 흐름과 함께 짝을 이루어 등과 허리근력을 강화시킵니다. 복부근육과 허리라인을 정돈해주며 척추를 유연하게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복부근육을 자극시켜 변비에도 좋습니다. 수시로 많이 해 주세요.  





아코디언 연주자 (Chakravakasana/Cat stretch)
                -고양이 자세



꽃들이 피다 만 밤
서쪽 하늘의 별이 된 공원의 늙은 악사,
그를 따르던 100마리의 고양이들이
긴 긴 밤의 강을 건너옵니다
등으로 켜는 아코디언,
꼬리뼈 끝부터 시작되는 첫 음에서
목과 정수리로 이어지는 끝 음까지
생기 넘쳐나는 척추의 연주
자목련 위에 늙은 별 하나
반짝반짝 온 몸으로 박수 칩니다.

                   - 김윤선 요가시집 [가만히 오래오래] '고양이 자세' 편

  
<자세 행법>


1) 책상자세에 들어 천천히 호흡을 고른다.

2) 양 손바닥을 바닥에 밀착해 짚은 채 숨을 내 쉬며 꼬리 뼈 위
허리부분부터 차례차례 척추를 둥글게 말아 올려 휘게 하며 머리는 마지막에 깊이 숙인다.

3) 들숨 날숨, 깊은 호흡과 함께 30초 정도 유지하며 목이 긴장하지 않도록 팔꿈치가 꺾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숨을 내쉬며 역시 꼬리 뼈 위 허리부분부터 아래쪽으로 휘게 하며 자세를 반대로 펴주며 역시 마지막에 머리를 들며 시선을 하늘 로 향한다

5) 자세를 이루며 깊은 호흡을 유지한다. 30초 정도 자세 유지하다가 다시 반대로 들어간다.

6) 서 너 번 반복하다가 자세를 풀며 책상자세로 돌아와 이완한다.



정한용 오랜망이라 더 반가워요..... 고양이 자세,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

11·10·12 09:29  

장인수 김시인님, 저도 김시인의 글에 맞추어서 고양이에 대한 글을 썼어요. ㅎㅎㅎ.

11·10·12 11:59  

정 겸 고양이 자세 표준 모델로 하려면 생각보다 어려울것 같은데요.
등을 굽혀 세우는 힘... 그것이 고양이 자세의 핵심인것 같습니다.
글 또한 좋습니다.^^

11·10·12 22:52  

김윤선 척추의 유연성을 길러주는데 아주 좋은 자세랍니다.
등을 굽혀 세우는 힘....
예리한 통찰력이십니다. :)

11·10·13 11:19  

김명철 처음엔 대충 보고 '서서'하다가 잘 안 되어 다시 사진을 보니 무릎이 바닥에 닿아있네요. 그것을 책상자세라고 하나요?
문제는 꼬리뼈! 꼬리뼈 위 허리부분이네요. 그곳이 도대체 어딘가요. 둥글게 말아보려 했는데 등 뒤쪽이 한꺼번에 들리던데. 누군가의 손이 꼬리뼈 위 허리부분부터 어깨쪽으로 짚어준다면 좋겠습니다. (나도 언제나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자는데)

11·10·15 13:44  

김윤선 김명철 동인님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네 그게 책상자세랍니다.
다음 동인모임 있을 때 가르쳐 드릴게요...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주무시면 깰 때 척추와 팔 다리...즉 사지를 완전히 펴주는게 좋겠네요...
느낌을 따라서 자세 하시다보면 편한 느낌이 드실거에요...이 자세는 별 무리가 없으므로 혼자서 해 보셔도 좋을 듯 하네요...:)

11·10·17 22:58  

이상옥 요가 편지를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너무나 특별한 글입니다. 연재하셔서 꼭 산문집 엮으세요. 길고양이 밥 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늘 마음은 그런데 실천하지 못하니, 늘 나는 관념주의자로 머무르는 것 같아요. 이제 작은 일부터 실천, 실천...

11·10·19 21:45  

김윤선 이상옥 선생님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좋은 산문집이 될까요? ^^

11·10·22 10:37  

한혜영 고양이자세? 저랬다가 쭉 늘인단 말이지? ㅎㅎ 메르씨 잘 커? 이 글을 읽으니까 동화가 생각 날락 말락하네. ^^

12·01·24 08:48  

김윤선 한혜영 샘...다음 동화는 고양이가 주인공인가보죠~ ^^ 메르씨 잘 커요...샘

12·02·10 13:37  

한혜영 고양이가 인기 있던데.... 다음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나 써볼까? ㅋㅋ

12·02·13 08:01  

김윤선 네....쌤...부탁해요!!^^

12·02·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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