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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윤동주 - 십자가
 김혜선  | 2009·10·12 10:20 | HIT : 3,377 |
十 字 架

윤동주


쫓아오던[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읍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웠든]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 된다면



모가[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어]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읍니다.

                                                                           (1941. 5. 31)

*1979년 초판의 맛을 살리기 위해 책 원본대로 실었음
  '허락' 에서 '락' 자만 따라오지 않네요.  



** ‘1979년 11월13일 에덴서점’ 이 책을 샀던 날을 기억한다. 쌀쌀한 가을날 하굣길이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가 건너다보이는 곳을 에덴이라 했는데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점을 기웃거리다 이 책을 샀다. 책 맨 뒤 페이지에 아주 조그맣게 써 놓은 표시가 그날 ‘에덴’이라는 서점에서 주인 남자와 나눴던 이야기와 그의 아내가 내온 커피향 까지 떠오른다.
‘눈에 띄는 詩集 한 권을 뽑아 /쫓긴 듯 책방을 나서면/ 하늘엔 별이 하햫다’ 고 그날의 느낌을 적어놓았었다. <값 1,000원> 가장자리가 늦가을 은행잎처럼 바랜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 삼십 년 전 그 가을날로 나를 가만히 데려가 본다.
다대포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감천
첫 날엔 끝내 학교(?)를 찾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골목, 골목들의 왕국
야학에서 잠시 어설픈 선생 노릇을 하기 위해 다대포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맞아가며 산꼭대기 언덕을 올라가면 나 보다 두어 살 더 나이 먹은 남학생이 수줍은 듯, 내외 하듯, 눈길을 비켜가곤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작은 이불 아래 발을 모으고 선물교환도 하고 유행가도 같이 부르고 했던 기억이, 책을 펼치니 사진첩에 꽂아둔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해 겨울을 끝으로 그 야학은 문을 닫았고 시대는 격랑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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