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문학회-온&오프

 

     

 

 

 

 

 

 

 

 

 

 

 

 

 

 



  동인 발표작&신작시

  작품집 출간 소식

  해외 빈터로 부터

  동인 이벤트홀

  사진으로 만나는 빈터

  빈터 동인들



[허은희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전기철 - 탁상시계를 울리는 꼽추 아줌마
 허은희  | 2009·10·06 08:06 | HIT : 3,258 |
탁상시계를 울리는 꼽추 아줌마


                                           전기철


동대문역 꼽추 아줌마 좌판에서
천 원짜리 탁상시계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꼽추 아줌마는 시계를 쓰다듬는다.
시계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지금 막 계단에서 내려온
양복 입은 사내가 다가오자
시계는 더 큰 소리로 운다.
사내의 눈길은 미끄럽다.
야전잠바가 탁상시계를 무심히 내려다본다.
꼽추아줌마는 시계를 손바닥 위로 올린다.
시계는 숨을 몰아 운다.
중절모가 다가온다.
왜 그렇게 시끄럽게 울리는 거요.
꼽추 아줌마는 말없이 시계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시계가 섧게 운다.
중절모가 고개를 젓는다.
의정부행 전차가 들어오자 울음소리가 묻힌다.
시계에서 눈물이 흘렀던가.
은행잎 하나가 날아와


꼽추 아줌마의 좌판에 내려앉는다.
숨이 넘어갈 듯 하던 울음소리가 잦아든다.
노란 은행잎은 물기에 젖어 있었던가.
꼽추 아줌마의 불안한 눈빛이 의정부행 전차의 문에 낀다.



【감상】
탯줄을 끊고 나온 이후부터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닳지도 않는 배터리를 몸 안에 품고 나왔나보다. 울어야만 했다.
기저귀가 젖었다고, 배가 고프다고, 아프다고, 최초의 의사표현이 울음 이었고 울음이 곧 말 이었다.

그 울음보다 말이 더 많아지면서부터는 들키지 않게 우는 것에 익숙해졌다. 때때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는 날엔 시끄러워 귀를 막아버리는 습성도 생겼다.  제 울음소리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매정하다고 눈을 흘기는 못 된 표정도 만들어졌다.

출근 길 지하철 안에는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저마다 들키지 않는 울음들을 침묵으로 쓰다듬고 있다. 너도 울고 나도 울고, 너도 듣고 나도 듣고 부디, 아는 척 모르는 척...

  
  [김혜선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윤동주 - 십자가  김혜선 09·10·12 3254
  [정겸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이종만 - 야반도주하듯이  정 겸 09·10·04 2387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GGAMBO

 

 

 

 

 

 

 

 

 

  COPYRIGHT ⓒ 2000 - 2017  POEMCAF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