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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제3 인류>를 읽고
 장인수    | 2013·11·26 20:27 | HIT : 3,183 |
베르베르  <제 3인류>를 읽고              장인수


●"예전에는 우리가 진화를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우리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진화를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우리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다.“
“부모 세대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직접 건설해야 한다.”


●<제 3 인류>란 무엇인가?
17m 신장의 과거 거인족이 <제1인류>
급격하게 변한 환경 속에서 그들의 큰 몸집은 오히려 생존에 불리했고, 그들은 멸망했다.
약 170cm 신장의 현재 인류 <제2인류>
자신들의 탐욕이 만들어 낸 자연 파괴로 더 이상의 생존이 힘들어지고 있다.
진화에 의해 탄생한 17cm의 초소형 인간인 <제3인류>
책은 샤를 웰즈가 발견한 제1인류와 다비드 웰즈가 탄생시킬 제3인류를 통해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제1인류에서 제2인류로 넘어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은 아니었으나, 제2인류에서 제3인류로 진화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과거를 답습하며 파멸해갈 것이냐, 새로운 진화를 위해 현재를 바꿀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우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진화생물학자 다비드 웰즈는 <개미>의 중심 인물이었던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다. 이 책에는 에드몽이 작성했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수시로 인용되며, <개미>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냈던 성냥개비 수수께끼의 새로운 버전도 등장한다. <개미>와 <제3인류>는 서로 연장선에 놓여있는 소설이다. <개미>를 읽어본 나로서는 <제3인류>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미래.
소설 < 제3인류 > 는 수천 년 전에 멸종된 '거대인류'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샤를 웰즈 연구팀의 탐사로 시작된다. 다비드 웰즈의 부친(그러니까 에드몽의 손자)인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가 이끄는 탐사대는 남극 대륙빙 아래 3㎞ 깊이의 빙저호(氷低湖)로 내려갔다가 8천 년 전에 소멸한 거인들의 유해와 그들이 남긴 벽화를 발견한다. 키가 17m에 이르는 선사시대의 인류를 발견한다. 웰즈 교수는 자신이 '호모 기간티스'라 이름 붙인 초거인들이 8000년 전 지구에 생존했으며 수명은 1000살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거인들이 남긴 벽화에는 이들이 고도의 문명을 이루었으나 소행성의 충돌로 멸종했다는 점이 암시돼 있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동굴이 무너지면서 탐사대는 목숨을 잃는다.
작품의 주인공은 웰즈 교수의 아들인 생물학자 다비드 웰즈와 그의 동료인 내분비학자 오로르 카메러다.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빙저호 탐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죽음을 맞을 무렵 그의 아들 다비드는 진화 관련 학술 경연대회에서 종의 소형화에 인류의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다. 그는 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발표한 다른 참가자에 밀려 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여성 호르몬에 의한 면역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발표한 오로르 카메러.
프랑스 대통령은 인류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오비츠 대령에게 즉각 비밀프로젝트를 구성할 것을 명령한다. 현재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인류는 한층 심해진 환경파괴·자원고갈·기아로 고통받는다. 이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여성화'와 '소형화'라고 귀결되고, 두 명의 과학자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어지게 된다. 벌과 개미의 사회가 안정적으로 위기 상황을 타계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리하여 연구팀은 결국 인간보다 10 배 작은 17센티미터 신장의 또 다른 인류 '에마슈'를 탄생시킨다.
초소형 인간을 뜻하는 'Micro-Humains'의 두문자 엠(M), 아슈(H)를 연음으로 읽은 '에마슈'로 불리는 신인류는 작은 크기와 뛰어난 면역 능력을 이용해 임박한 삼차대전을 막는 활약을 벌인다. 소설 속에서 에마슈는 핵무기 투하를 통해 종교적 야망을 드러내는 이란의 군사행위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작전 도중 정체가 발각되자 '다른 행성으로부터 온 외계인'으로 신분을 위장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짓임이 드러나고, 에마슈에 대한 인식은 당초 그들의 탄생 이유였던 '인류의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한편,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줄이려던 노력이 무산되고 여전히 원전을 고수하던 일본에 또 다시 쓰나미가 덮치고, 망가진 원전으로 수만 명의 목숨이 위기에 처한다. 윤리적 문제로 '에마슈를 제거하라'는 요구가 커지던 와중에 '에마슈'들은 그들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사고 수습에 재빠르게 투입된다. 과연 미니 인간 '에마슈'와 현생 인류의 관계는 어찌 될까. 현재까지 발간된 두 권의 < 제3인류 > 는 여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담은 1편이다. 인류는 과연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부분은 3인칭 시점, 가이아(대지의 신)의 독백은 1인칭 시점이다. 또 각종 배경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중간중간 삽입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정세를 뉴스보도 형식으로도 끼어 넣었다. 이런 구성은 극에 박진감을 불어넣지만 자주 문체가 바뀌어 깊은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는 지구를 의식이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설정해 지구 자체가 화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지구 '가이아'가 일인칭으로 나서 46억 년 빅뱅을 통한 탄생에서부터 생명의 출현, 공룡의 등장과 멸종, 소행성과의 충돌, 그리고 거인족을 거쳐 현생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로 대두하기까지의 역사를 직접 들려주는 형태다. 석유를 자신의 피라고 지칭하고 전염병과 대홍수, 추위, 자연재해는 그가 인간에게 신호, 또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행위라고 하는 것이다. 지구는 석유를 검은 피라 하고 소행성들과의 충돌로 인한 위협을 막아줄 생명체로 공룡, 곤충에 이어 영장류에게 기대를 거는데 결국 원숭이와 돼지의 유전자를 4대 6의 비율로 섞어 만들어낸 인간이 최종 낙점을 받게 된다. 원숭이가 인류의 조상이라는 얘긴 들어봤어도 돼지와 원숭이의 혼혈이 인류의 조상이라니 황당한 설정이긴 했지만 나름 재밌는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 <제3인류>속에서 한국을 미래 로봇 공학이 가장 앞선 나라로 묘사한다던가, 로봇과학자 프랜시스 프리드만이 한국 연구소에 들어가 언어 능력과 자의식을 지닌 로봇을 개발한다든가, 현대자동차를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을 먼저 알아봐 준 한국 독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까?.


●단점이 있다면 이슬람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프랑스가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나라"이고 독자가 많은 한국이 "혁신을 진정으로 권장하는 유일한 나라"인 데 비해 아랍 국가는 신형 원자탄을 개발하고 "뒷구멍으로 과격파 테러 단체에 돈을" 대주다 끝내 전쟁을 일으키는 곳에 불과하다.


●우리 현생 인류(제 2인류)의 그 모든 메저먼트 수치에 10을 곱한 수를 지닌 거인들(제1인류)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런데, 과연 17m의 키를 가진, 우리 인류와 비슷한 신체 구조를 지닌 거인의 몸무게가, 우리 인류 성인의 평균 몸무게 70kg에 10을 곱한 수치, 0.7t밖에 나가지 않을까? 책에도 나오듯, 17m면 건물 한 채의 높이다. 황소 한 마리 몸무게도 평균 500kg이다. 구조가 닮음꼴이라는 가정 아래, 길이가 10배이면 넓이는 그의 제곱인 100배, 부피나 몸무게는 그의 세제곱으로 커지는 게 원칙. 다만 유기체의 여러 특성상, 몸무게가 세제곱으로 불어나지는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700kg은 너무 작은 수치다. 추정하건대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10t을 보통 이야기한다. 인류가 타 척추동물에 비해 그닥 날렵한 구조는 아니므로, 대략 7t 정도는 생각해야 얼추 균형이 맞니다. 2권에 보면 13cm의 키를 가진 에마슈가 700g의 몸무게라고 하므로, 최소한 체중에 있어서는 100배수의 원칙이 적용되면 적절할 것 같다.



---멋진 구절--
12(1권)
오래전부터 있어 온 세계에 그냥 머물러 있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유기체가 변화를 거부하면 경화증에 걸리고 낡은 껍질 속에서 숨이 막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 개인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야를 확대하는 데 성공하면, 그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자기 주위의 모든 존재가 변화하기를 바라게 된다.


72(1권)
별로 대단치도 않은 우리 두 사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했는지 상상해봐요. 수백 명의 조상들이 적어도 16세가 되도록 살아남아서 성행위를 한 덕에 우리 부모가 존재하게 되었고 그들 역시 사랑을 나누고 임신에 성공했기에 우리가 태어난 것이죠. 우연과 우연이 수백만 법 겹쳐서....


74(1권)
물고기 두 마리가 있는데,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물어요. <엄마, 우리 가운데 어떤 자들이 뭍에서 걷겠다고 물 밖으로 나간 모양인데, 그게 누구였어요?> 그러자 엄마가 대답하기를.. <불만을 느낀 자들.>

76쪽(1권)
건물에 설치된 갖가지 파이프들의 직경에 적응하기 위해 바퀴벌레들이 <크기를 줄이는 쪽으로 진화하자>라고 진로를 결정했다지요.

80(1권)
나는 스스로 낭만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이런저런 실패를 딛고 나면 예술적인 선택이 나오는 법>이라고 하셨지요.

106쪽(1권)
달: 나(지구)의 파편들이 모여서 하나의 구체를 이루기는 했지만 나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 주위를 회전하는 존재. 인간은 시적 영감을 주는 천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암석의 부스러기와 내 상처에서 떨어져나간 파편들의 더미를 숭배하는 가소로운 행위.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천체이며 그저 햇빛을 반사할 뿐인 존재. 달은 내가 겪은 가장 큰 고통을 상기시키는 존재.

178쪽(1권)
개미는 인간보다 1억 1천3백만 년이나 앞서 출현해서 수백만 개체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지하도시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생활규칙을 창안했으며, 처음으로 농업과 목축과 전쟁을 발명하였다. 놀라운 것은 개미는 지구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한결같이 지구에게 유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이나 곤충의 사체를 청소하며, 흙의 겉과 속의 통로를 만들어 공기를 잘 통하게 하여 숨 쉬는 기름진 땅을 만들었으며 , 꽃들의 수정을 도와주고, 나무들의 씨앗을 낙하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퍼뜨려 주었다.

319쪽(1권)
그녀는 담배를 피우면서 적포도주를 꺼내어 구형으로 생긴 커다란 잔에 따른다. 담배라는 식물의 기체 형태를 들이마시는 동안 그녀는 포도라는 식물의 분자를 액체 형태로 삼킨다.


78쪽(2권)
내가 보기에 우리 세대는 크나큰 변화를 목격하게 될 거예요. 삶과 죽음의 경주에서 양쪽이 동시에 가속을 붙이고 있어요.







이복현 오, 위대한 개미님이시여! 그대를 찬양합니다!

잘 써머링 된 요리? 배부르게 먹고 가유...즐거웠고 개미에게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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