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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張潮)가 쓴 『유몽영(幽夢影)』을 읽고
 장인수    | 2012·07·05 08:50 | HIT : 2,511 |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張潮)가 쓴 『유몽영(幽夢影)』에는 아주 짤막한 청언소품들이 소복하다. 소품(小品)은 일정한 형식이 없이,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것을 간단히 쓴 짤막한 글이다. 아포르즘이다. 명언이다. 짧은 산문이다. 산문시(散文詩)다.
시답다. 시보다 더 시답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읽어본다.
나는 암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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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者天之本懷
秋者天之別調
봄이란 하늘의 본마음이요,
가을은 하늘의 별다른 가락이다.


(감상)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한다. 얼었던 흙이 빵처럼 부풀고, 싹이 흙을 뚫고 환한 촛불을 밝힌다. 햇살은 포근해지고 기운이 생동한다. 가을은 물이 뿌리쪽으로 몰리고 더 깊은 땅속으로 흘러간다. 나뭇가지는 기운생동을 감추고 바싹 마른 견고한 회초리로 변한다. 무성했던 허공이 텅 비고 빈자리가 깊어지고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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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須求可入詩
物須求可入畵
사람은 모름지기 시에 들일만한 사람을 구해야 하고,
물건은 모름지기 그림으로 그릴 만한 것을 구해야 한다.


(감상)시에 들일만한 사람이란 어떤 격조와 품격과 성품을 지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시속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일까. 또한 어떤 물건이 화폭에 들어가서 더욱 더 깊은 정과 숨은 뜻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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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之爲物,
能令晝短, 能令夜長.
비라는 물건은 낮을 짧게 만들기도 하고, 밤을 길게 만들기도 한다.


(감상)놀랍다. 비오는 날은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소낙비가 오는 날의 시간, 보슬비 오는 날의 시간, 긴 장마가 지속되는 날의 시간, 여우비 오는 날의 시간이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비가 속도를 조절한다. 비는 시간을 주관한다. 비는 시간의 별칭이다. 비는 생물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물면 만물의 성장이 더디다. 곤충들도 모습읋 감춘다. 비가 흠뻑 온 후에는 잠자리, 매미, 모기, 하루살이 등등 온갖 날벌레가 창궐한다. 비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주관하는 핵심 성분이다. 비는 밤낮의 길이도 엿가락처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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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必近于癡而始眞
才必兼乎趣而始化
정은 반드시 바보 같아야 비로소 진실되고
재주는 반드시 취하는 바가 있어야 비로소 조화를 부릴 수 있다.


(감상)사랑을 할 때면 누구나 바보가 되는 것인가?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설명과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기쁨으로 이루어진다. 옳거니. 동감한다. 재주는 사랑 못지않게 뜨거워야 한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거기에 몰두하여 생활의 일부로 즐기는 취미가 되어버린 재주라야 비로소 재주, 재능, 재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든 재주든 어설픈 상태로 엉거주춤해서는 안 된다. 미쳐서 치(癡)가 되고 취(趣)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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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今至文, 皆血淚所成.
고금의 지극한 글이란 모두 피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감상)피냄새가 나는 글을 써라. 피를 토하며 글을 써라. 뼛속까지 내려가지 글을 써라. 차고 넘치고 절절하고 끓어오르고 분출해야만 할 때 드디어 붓을 들어 글을 써라. 사무치도록 글을 써라. 아, 어렵다. 쉽지 않다. 아프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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窗內人於窗紙上作字,
吾於窗外觀之, 極佳.
창안에 있는 사람이 창문 종이 위에 글자를 쓰는데
나는 창 밖에서 이를 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감상)방 안에 있는 사람이 하얀 창호지 위에 글자를 쓴다. 창호지에 검은 붓이 뛰논다. 창호지에
글자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밖으로 비춘다. 거꾸로 비쳐서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림자놀이 같다. 달빛 같다. 어른어른하다. 꿈결 같다. 아련하다. 신비롭다. 꽃액자 같다. 차분하고 아늑하고 은은한 멋이 있다. 단아하다. 창호지는 가냘픈 숨결을 지니고 있다. 창호지는 숨을 새근새근 쉰다. 평온한 여인의 숨결 같다. 미소 지으며 선잠을 자는 아기의 숨결 같다.  달빛을 들이고 꽃향기를 들인다. 스미고 번진다. 창호지에 써내려가는 글자는 창호지의 숨결이다. 예뻤다.  

정한용 현대판 소품문은 페북의 글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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